트럼프 그린란드 발언에 따른 우리의 전략(셀 아메리카, 엔화 약세, 미국 국채)
2025년 초 국제 금융시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그린란드 발언으로 시작된 파장이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단순한 정치적 수사로 치부하기에는 그 영향이 달러화, 엔화, 원화는 물론 미국 국채 시장까지 연쇄적으로 미치고 있습니다. 특히 베센트 재무장관의 일본 금리 인상 촉구와 엔 약세 견제는 글로벌 금융 시장의 복잡한 연결고리를 다시 한번 드러내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거침없는 행보가 자국 이익을 위한 전략인지, 아니면 예측 불가능한 리스크인지에 대한 논쟁도 뜨겁습니다.
## 셀 아메리카 시나리오의 재등장과 유럽의 대응
지난주 불거진 그린란드 이슈는 표면적으로는 잠잠해지는 듯 보이지만, 시장 참가자들이 기억해야 할 세 가지 핵심 포인트가 있습니다. 첫째는 '셀 아메리카(Sell America)' 시나리오가 언제든 재등장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4월 이후 오랜만에 등장한 이 흐름은 조기에 차단되었지만, 트럼프의 칼날이 캐나다, 베네수엘라, 파나마, 그린란드, 러시아-우크라이나, 이란 등 어디를 향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은 여전합니다. 투자자들은 이 뜻밖의 시나리오가 시장에 미칠 충격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둘째, 유럽 정상들이 미국에 대한 대응을 논의하는 정상회의를 개최했다는 점입니다. 표면적으로는 그린란드 문제에 대한 개별 대응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향후 미국과의 관계 정립이 핵심 의제였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마치 옛날 이야기 속 호랑이처럼 지나가는 고개마다 등장해서 떡 하나를 요구하는 식의 접근에 유럽이 무방비 상태라면 문제가 심각합니다. 각종 기술, 재화, 서비스 등에서 미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면, 유로존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잃고 끌려갈 수밖에 없습니다. 셀 아메리카까지는 아니더라도 '탈 아메리카(De-Americanization)'에 대한 고민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셋째, 탈 아메리카의 맥락에서 미국 국채 시장의 변화입니다. 각국이 미국 국채를 대량으로 매도하기는 부담스럽지만, 추가 매수에도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결과적으로 미국 국채에 대한 해외 수요가 감소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베센트 재무장관은 최근 국채 입찰에서도 해외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지만, 그린란드 사태 이후 실제 흐름은 지켜봐야 합니다. 국채 발행은 증가하는데 수요가 줄어든다면 국채 금리가 상승할 수밖에 없고, 이는 트럼프가 원하는 모기지 금리 인하와 정면으로 충돌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금융시장의 움직임에 대한 트럼프의 민감한 반응도 주목할 만합니다. K자형 경제 성장에서 상단 소비층이 경제 전체를 떠받치고 있고, 이들의 소비 여력은 자산 가격 상승에서 나옵니다. 자산 시장이 흔들리면 소비 위축과 경기 침체가 순식간에 닥칠 수 있기에, 트럼프는 자산 시장 케어에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처음에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던 그린란드 매입 발언도, 트럼프의 성향을 고려하면 실제로 돈으로 해결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만약 그린란드마저 미국 영토가 된다면 유럽의 반응은 어떨까요? 다른 나라 대통령도 압박하는 트럼프의 행보를 보면, 물불 안 가리고 자국 이익을 추구하는 그의 전략이 미국 유권자들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해집니다.
## 엔화 약세와 달러원 환율의 상관관계
일본 엔화 문제는 최근 금융시장의 또 다른 핵심 이슈입니다. 미일 공조 개입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달러엔 환율이 크게 흔들렸고, 엔화 강세 전환이라는 동남풍을 맞자 달러원 환율도 급격히 하락하여 달러당 1450원 수준까지 밀렸습니다. 이는 엔화와 원화가 상당 수준 연동되어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줍니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생깁니다. 미국은 왜 엔화와 원화의 약세에 이토록 신경을 쓰는 것일까요?
베센트 재무장관은 원화가 펀더멘탈 대비 과도하게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른바 구두개입인 셈입니다. 일본 엔화 약세에 대해서도 강한 경계감을 표현했으며, 지난해 크리스마스 전후에는 미일 연합 개입으로 엔 약세 베팅을 꺾을 것이라는 소문까지 돌았습니다. 환율은 양국 간 통화 가치 비율이기 때문에, 한쪽 국가만 개입하는 것보다 양국이 함께 나서면 효과가 훨씬 큽니다.
베센트의 구두개입 직후 달러원 환율은 10원 이상 하락하여 1460원대 중반으로 밀렸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연간 200억 달러의 투자 유치를 위해 원화 약세를 제어해야 한다는 논리가 있지만, 그 외에도 더 깊은 이유들이 있습니다. 이번 주 다보스 포럼에서 베센트는 그린란드 사태로 인한 미국 국채 금리 급등 질문에 대해 "최근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은 그린란드 때문이 아니라 일본 국채 금리 급등 때문"이라고 답변했습니다. 실제로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틀 새 19bp(0.19%포인트)나 급등했으며, 30년물 금리는 2003년 이후 하루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습니다. 6표준편차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이례적인 변동이었습니다.
베센트는 지속적으로 일본에 금리 인상을 촉구해왔습니다. 2024년 10월 "아베노믹스 때와 상황이 달라졌다"며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에게 금리 인상을 늦추지 말라고 못을 박았고, 8월에는 "일본은행이 인플레이션 대응에 뒤처져 있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공개 비판했습니다. 미국 재무장관이 외국의 통화정책을 직접 비판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입니다. 그 이유는 명확합니다. 일본이 엔 약세를 유지하려고 금리 인상을 늦추면 엔 약세 심화로 물가가 뛰고, 인플레이션 기대가 일본 장기 금리를 끌어올립니다. 그리고 일본 장기 금리 상승은 미국과 독일 등의 장기 금리를 밀어올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 미국 국채 금리와 일본 BOJ의 딜레마
다보스 포럼에서 베센트가 "시장 붕괴는 그린란드 때문이 아니라 일본 10년물 국채 때문"이라고 말한 것은 일본에게 금리 인상을 하라는 간접 메시지입니다. 엔 약세를 제어하고 인플레이션 기대를 꺾으면 일본 장기 국채 금리가 내려올 것이고, 결과적으로 미국 장기 국채 금리 상승 압력도 낮아집니다. 실제로 일본 초장기 금리는 한때 4%를 넘었다가 3%대 후반으로 하락했고, 미국 30년 금리도 4.9%를 상회하다가 급격히 밀려 내려왔습니다.
토요일 새벽의 엔 강세 전환과 함께 BOJ(일본은행) 통화정책 회의를 전후해서 4월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습니다. 엔 약세가 미국 장기 국채 금리를 자극하는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에게 눈엣가시입니다. 특히 파월 연준 의장을 압박하며 모기지 금리를 낮추려는 트럼프에게, 일본에서 발목을 잡는 상황은 기현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일본에 대한 압박 강도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도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유럽에는 셀 아메리카를 걱정하는 것처럼, 일본에 대해서는 엔 캐리 청산을 두려워합니다. 2024년 4월과 8월에 각각 겪었던 엔 캐리 청산의 충격은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었습니다. 저금리 엔화를 빌려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갑작스럽게 청산되면 시장 전체가 동반 하락하는 위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일본에 금리 인상을 압박하면서도, 너무 급격한 변화는 원하지 않는 딜레마 상황입니다.
이러한 복잡한 상황 속에서 한국 원화도 엔화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달러원 환율이 1450원대까지 하락한 것은 엔화 강세 전환의 직접적 영향입니다. 베센트가 원화 약세를 언급한 것도 단순히 투자 유치 때문만은 아닙니다. 아시아 통화들의 동반 약세가 미국 제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나아가 미국 국채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결국 환율, 금리, 국채 시장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한 곳에서 발생한 변화가 전 세계로 파급되는 구조입니다.
마켓은 이렇게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트럼프의 그린란드 발언에서 시작된 파장이 유럽의 탈 아메리카 움직임으로, 다시 일본 엔화와 미국 국채로, 그리고 한국 원화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이러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복잡한 연결고리를 이해하고, 각 변수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과 발언 하나하나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자산 시장이 흔들리면 소비 위축과 경기 침체가 빠르게 닥칠 수 있기에, 트럼프의 시장 케어 전략도 주목해야 할 요소입니다.
트럼프의 물불 안 가리는 자국 우선주의는 미국 유권자들에게는 강력한 리더십으로 비칠 수 있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에는 예측 불가능한 리스크 요인입니다. 그린란드 매입이 현실화될지, 일본이 미국의 압박에 어떻게 대응할지, 유럽의 탈 아메리카 움직임이 어디까지 진행될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중요한 변수들입니다. 난이도 높은 시장 환경에서 투자자들은 더욱 신중하고 다각적인 분석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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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오랑 카페 경제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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