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내 옷만들기 2탄
안녕하세요! 1탄에 이어 약속대로 2탄 이야기를 들고 돌아온 프로 하노이러입니다. 지난 글에서 에어컨 없는 쩌홈 원단시장의 미로를 뚫고 마음에 쏙 드는 천을 고르는 실전 노하우를 알려드렸는데요. 다들 보물 같은 원단 잘 챙기셨나요?
오늘은 그렇게 정성껏 고른 원단을 들고 하노이 한인 교민들 사이에서 모르면 간첩이라는 마법의 성지, '앙드레 사장님 양장점'으로 이동해 나만의 맞춤옷을 올린 리얼 제작 스토리를 풀어보려고 합니다. 여기에 한국 들어갈 때마다 옷 보따리를 싸 들고 오게 만들었던 기가 막힌 하노이 옷 수선 꿀팁, 그리고 베트남에서 옷 만들 때 사리(?)가 나올 수 있으니 꼭 알아두어야 할 치명적인 주의사항까지 낱낱이 공유해 드릴게요!
1. 하노이의 숨은 장인, '앙드레 사장님' 숍을 찾아가다
쩌홈시장에서 나와 차를 타고 로컬 골목길을 헤치며 한 15분쯤 달렸을까요? 겉보기엔 정말 평범하고 소박한 베트남 골목 안쪽에 작은 양장점이 하나 나타납니다. 베트남 사장님들의 본래 이름은 성조도 있고 발음이 어려워 외우기 쉽지 않은데, 어쩌다 한국인들 사이에서 '앙드레 사장님 집'이라는 찰떡같은 닉네임이 붙었는지 가게 문을 여는 순간 단번에 이해가 갑니다. 풍기는 장인의 아우라와 손재주가 딱 느낌 있거든요!
처음 매장에 들어가면 벽면 행거를 따라 수십, 수백 벌의 옷들이 빽빽하게 걸려 있습니다. 디스플레이된 기성복 매장인가 싶어 뒤적이다 보면, 사장님이 "그거 다 남들이 주문해 놓은 옷이야~" 하십니다. 손님들이 와서 최종 가봉을 하고 찾아가기 직전 단계의 옷들인 셈이죠. 가끔 샘플로 만들어둔 걸 파시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다른 사람들의 아이디어가 녹아든 커스텀 작품들입니다.
그 수많은 남의 옷더미와 쏟아지는 원단 속에서, 사장님은 본인만의 아주 독특하고 신기한 규칙으로 손님들의 원단과 주문서를 찰떡같이 매칭해 찾아내십니다. 언어는 베트남어와 한국어, 영어가 뒤섞여 완벽하게 통하진 않지만 우리에겐 만국 공통어인 바디랭귀지, 사진, 그리고 파파고 번역기가 있으니 소통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답니다.
2. 눈대중만으로 핏을 잡는다? 소름 돋는 베트남의 손재주
맞춤옷을 만드는 과정은 생각보다 심플합니다. 시장에서 사 온 원단을 사장님께 건네고, 미리 캡처해 둔 쇼핑몰 디자인 사진을 보여주며 "이 스타일로 만들어주세요"라고 요청하면 끝이에요. 그럼 사장님이 줄자를 들고 목둘레, 팔 길이, 가슴둘레, 허리라인 등을 아주 거침없이 스윽스윽 재기 시작합니다.
베트남 사람들의 손재주가 정말 대단하다고 느낀 게, 사진 한 장 슥 보고 체형을 재고 나면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도안을 그리는 것도 아닌데 기가 막힌 핏을 뽑아냅니다. 저는 친구들과 함께 쩌홈시장에 드나들며 시원한 린넨 셔츠부터 화려한 롱원피스까지 여름 옷을 꽤 많이 맞췄었는데요. 심지어 나중에는 임부복까지 여기서 제작했다니까요!
임산부 시절에 입을 옷을 고르다 보니 시중의 임부복은 너무 안 예쁘고, 그렇다고 출산 후에 못 입을 옷을 사긴 아깝더라고요. 그래서 사장님께 "지금은 배가 편안하게 맞으면서도, 나중에 출산하고 나서 그냥 평상복(데일리룩)으로 입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스타일"이라는 까다로운 미션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웬걸요? 제 요구사항을 찰떡같이 이해하시고는 원단 느낌을 살려 핏을 정말 기가 막히게 잘 뽑아주셨어요. 덕분에 임신 기간에는 세상 편하게 입고, 아이를 낳고 나서도 한동안 교복처럼 입고 다녔답니다. 내가 낸 아이디어가 실제 옷으로 완성되어 내 몸에 딱 맞을 때의 성취감은 기성복 쇼핑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쏠쏠해요.
베트남 장인들의 솜씨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이들에게 한 가지 없는 게 있습니다. 바로 한국인의 '빨리빨리' 정서입니다. 보통 옷을 주문하면 1~2주 뒤에 가봉하러 오라고 하는데, 이 기한이 밀리는 건 다반사입니다. 카톡이나 전화로 아무리 독촉하고 보채도 그들은 절대 서두르지 않고 본인들의 느긋한 템포를 유지합니다.
따라서 하노이에 단기 여행(3박 4일 등)을 오신 분들에게는 맞춤옷 제작을 절대 추천하지 않습니다. 최소 한 달 이상 하노이에 거주하시거나 장기 체류하시는 분들이 아니라면 기다리다 화병이 날 수 있어요. 마음을 완전히 비우고 여유롭게 기다리실 분들만 도전하세요!
3. "한국 갈 때 옷 싸 들고 갑니다" 단돈 천 원의 행복, 하노이 옷 수선 꿀팁
이 양장점의 숨겨진 치트키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옷 수선'입니다. 요즘 한국에서 바지 기장 하나 줄이거나 허리에 고물줄 하나 새로 끼우려고 동네 세탁소에 가면 기본 만 원씩 받아 가잖아요? 몇 벌만 맡겨도 옷 한 대 값이 나와서 배보다 배꼽이 더 클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하노이 단골 양장점에서는 이 대단한 손재주를 가진 장인들이 옷 수선을 단돈 천 원에서 2천 원 내외(약 2만~4만 동)에 해결해 줍니다. 가격이 싸다고 대충 해 주느냐? 절대 아닙니다. 명품 옷 수선 못지않게 박음질 하나하나 마감 처리를 완벽하게 해 줍니다.
이 매력에 한 번 중독되고 나니까, 저는 한국에 잠시 들어갔을 때 집 장롱 구석에 처박혀 있던 '사이즈 애매한 옷', '기장 긴 바지', '수선해야 할 원피스'들을 캐리어에 한 보따리 싸 들고 하노이로 다시 넘어왔을 정도였어요. 하노이 살면서 이 수선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건 정말 손해랍니다.
4. 최종 가봉 단계에서 절대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기나긴 인내의 시간이 지나고 "가봉하러 오라"는 연락을 받으면 드디어 매장에 방문하게 됩니다. 이때 완성 직전의 옷을 매장 탈의실에서 직접 입어보게 되는데요.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꼼꼼하게 따지고 당당하게 요구하기'입니다.
베트남 사장님들은 솜씨가 좋아서 대부분 만족스럽게 나오지만, 사람마다 원하는 미세한 핏의 취향이 다르잖아요? "어라, 생각보다 품이 조금 큰가?", "치마 기장이 살짝만 더 짧았으면 좋겠는데?" 싶은 부분이 있다면 그 자리에서 입은 채로 사장님께 바로 말씀하세요. 핀을 꽂아가며 수정할 부분을 체크한 뒤, 웬만한 간단한 수정은 그 자리에서 바로 재봉틀로 부리나케 수정해 주십니다. 미안하다고 말 못 하고 집에 그냥 가져오면 결국 안 입게 되니, 꼭 현장에서 꼼꼼하게 입어보고 따지셔야 완성도 높은 '인생 옷'을 건질 수 있습니다.
| 하노이 맞춤옷&수선 살롱 핵심 가이드 | 실전 매뉴얼 |
|---|---|
| 제작 소요 기간 | 최소 1주 ~ 2주 이상 (재촉해도 안 빨라짐, 장기 거주자에게 강력 추천) |
| 가성비 끝판왕 수선 | 고무줄 교체, 바지 밑단 줄이기 등 한국에서 만 원 넘는 수선이 현지선 1,000원~2,000원 선! |
| 최종 가봉 꿀팁 | 가게에서 완성품을 입어보고 수정하고 싶은 디테일은 그 자리에서 즉시 재봉 요청하기 |
한국과 비교하면 훨씬 합리적인 가격에 내 몸의 단점은 가려주고 장점은 살려주는 마법 같은 하노이의 맞춤옷 문화! 쩌홈 원단시장에서 땀 흘리며 천을 고르던 순간부터, 앙드레 사장님 숍에서 줄자로 사이즈를 재고 완성품을 기다리던 설렘까지. 기성복 쇼핑에서는 느낄 수 없는 아날로그적인 재미와 중독성이 가득한 경험이었습니다. 하노이에 살고 계시거나 오랜 기간 머무실 계획이 있다면, 이번 주말에 나만의 디자이너가 되어 보시는 건 어떨까요?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