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통화전쟁 (위안화 절상, 저금리 전략, 그레이트 리밸런싱)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촉발한 글로벌 통화전쟁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베트남과 인도는 저금리와 통화 약세 조합으로 수출 경쟁력을 방어하는 반면, 중국은 위안화 절상이라는 정반대 전략을 구사하며 미국과의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베센트 재무장관이 강조한 그레이트 리밸런싱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는 지금, 각국의 통화 정책 변화가 한국 원화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봅니다.
## 베트남과 인도의 저금리 통화약세 전략
9년 만에 다시 찾은 베트남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모해 있었습니다. 2016년 당시 베트남은 해외 직접 투자에 대한 성장 의존도가 매우 높았으며, 국가의 성장 공식인 소비 + 투자 + 순수출 중에서 해외 투자와 수출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해외에서 투자가 들어와 공장을 짓고 설비를 확대하면 거기서 만들어지는 생산물을 해외로 수출하면서 성장을 만드는 구조였죠. 내수 소비가 약하다보니 수출은 많지만 수입은 매우 적은 불균형한 구조였습니다.
그러나 현재 베트남의 전략은 크게 변화했습니다. 미중 무역 및 관세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다변화 차원에서 해외 투자 자금 유입은 여전하지만, 이제는 국가 내부의 투자, 특히 인프라 및 건설 투자를 통한 투자 성장에 강하게 포커스를 맞추고 있습니다. 호치민의 강을 중심으로 한 건물들의 라인이 9년 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뀐 것이 이를 증명합니다. 트럼프 관세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수출 실적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베트남 동화의 점진적 절하, 즉 동화 약세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동시에 인프라 투자 유지를 위해서는 저금리를 통한 자금 조달이 필수적이기에 금리도 낮게 유지해야 합니다.
인도 역시 비슷한 구조를 원하고 있습니다. 올해만 5번째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한 인도는 달러 대비 루피화 가치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트럼프 관세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한 인도는 관세로 인한 충격을 루피화 약세를 통해 커버하고, 수출 성장에서의 공백을 내수를 끌어올려서 받쳐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내수 확대는 단순히 소비를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마찬가지로 국내의 투자 확대, 특히 인프라 투자 확대와 AI관련 인프라 구축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저금리와 약한 통화의 조합은 인플레이션에 매우 취약합니다. 약한 통화로 인한 수입 물가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게 되고, 이런 상황에서 금리까지 낮으면 통제가 어려워집니다. 다행히 현재 국제 유가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소비자물가지수를 덜 자극하는 것이 불행 중 다행입니다. 또한 이런 정책을 유지하려면 다른 국가와의 금리차로 인해 해외로 자본이 빠져나가는 것과 이로 인해 통화가 급격히 약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자본 계정을 폐쇄적으로 유지해야 합니다.
## 중국의 위안화 절상과 금융시장 개방 전략
신흥국들이 앞다투어 통화 약세 정책을 펼치는 가운데, 중국은 정반대 방향을 선택했습니다. 2016년 위안화 대비 원화 환율은 1위안 당 160원 수준까지 절하되었었는데, 이는 위안화가 정말 약하던 시기였습니다. 이후 2020년대 들어와서 한 레벨 오른 180~90원 수준을 유지하더니, 지난 6개월 동안은 190원에서 큰 폭 상승하여 현재 208원까지 뛰어올랐습니다. 2016년 160원 대비 208원이니 무려 30%나 상승한 셈입니다. 원화 대비 위안화가 매우 강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위안화 절상은 중국의 수출 경쟁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지만, 중국은 위안화 절하를 통한 수출 부양보다 높은 가치의 그 무엇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표적으로 미중 간의 관계 개선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10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트럼프 행정부와 대립하면서 지난 1년을 시끌시끌하게 보낸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 차원에서 미국이 원하는 위안화 절상을 어느 정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위안화의 절상은 중국의 대외 수출에는 악영향을 주지만 수입 물가를 낮추는 효과를 가져다줍니다.
더 중요한 것은 중국의 금융 시장 개방 전략입니다. 위안화가 절상되고 안정될 경우, 금융 시장 개방을 준비하는 중국 입장에서는 위안화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만큼 해외 자본이 중국으로 유입될 가능성을 높여줍니다. 금융 시장을 개방할 때 해외 자금이 중국으로 들어올 수도 있지만 나갈 수도 있는데, 특히 통화 가치가 불안할 때는 되려 나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위안화를 국제 통화로 만들려는 포석, 그 일환으로 진행되는 위안화 가치의 안정인 것입니다. 실제로 중국의 자본 유출입 규모가 4조 5,000억 달러, 약 6,254조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상품 및 서비스 무역 규모를 초과했습니다. 제조업 중심 경제에서 금융 중심 경제로의 전환점을 맞고 있는 것입니다.
과거에도 중국이 미국과의 협상 등에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자 할 때, 이 시점을 즈음해서 위안화가 강세를 보였던 적이 몇 차례 있었습니다. 최근 보면 지난 1개월 전과는 달리 APEC 이후 미중 간의 갈등이 다소 완화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유사시 대만을 보호할 것이라고 선언했지만, 정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만 문제에 큰 관심이 없어 대만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습니다. 트럼프는 대만을 보호하는 것보다 미국의 콩을 중국에 많이 파는 데에 더 관심이 있으며, 이에 따라 베이징이 어느 때보다 대만을 수복하기 쉬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 베센트의 그레이트 리밸런싱과 한국 원화의 미래
과거 베센트 재무장관은 단순히 관세를 통해 다른 국가를 괴롭히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의 내수 시장 개방을 유도하고 해당 국가가 미국의 제품을 사도록 하는 그레이트 리밸런싱이 필요하다고 한 바 있습니다. 중국은 그런 미국의 니즈를 어느 정도 메워주면서 중국도 대만 문제, 위안화 국제화, 시장 개방 등에서 견제를 덜받는 그런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위안화 절상이 있는 것입니다. 2024년 6월 중국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 발표 이후 중국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들의 국내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국 원화의 경우는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가 차원에서의 AI관련 투자가 확대되면서 국가 부채의 증가가 나타나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높게 유지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이며, 현재 한은의 기준금리는 미국 대비 150bp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저금리라고 볼 수 있는 상황에서 환율이 고공 비행을 하고 있는데, 이는 저금리에 고환율 조합을 만드는 것입니다. 국제 유가가 상대적으로 안정된 점이 국내 소비자물가지수를 덜 자극하는 것이 다행입니다.
과거 한국 원화는 위안화 환율에 연동되는 면이 상당히 강했습니다. 그러나 대중 무역 흑자가 크게 줄어든 지금, 그리고 2016년 이후로는 대미 수출 및 대미 설비 투자 비중이 매우 높아진 지금, 한국 원화가 위안화 움직임에 보이는 민감도는 그리 높아보이지 않습니다. 되려 수출 경합이 심해질 수 있는 일본 엔화와 연동하는 면이 강합니다. 그렇지만 한동안 위안화와 원화의 절연이 일어났음에도, 그런 외환 간의 상관 관계가 어느 순간에는 또 살아나는 경우들을 많이 봤습니다.
과거에 원화는 엔화와의 연계성이 높았지만, 대중 수출 성장 의존도가 높았던 2000년대에는 원화와 엔화의 관계는 그리 높은 상관도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최근에 중국에 대한 성장 의존이 낮아지면서 한국 원화는 일본 엔화와 밀접한 관계와 높은 민감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향후에 어느 시점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원화가 위안화의 영향을 받는 경우도 생기지 않을까 합니다. 이 경우 위안 당 208원까지 올라온 환율, 즉 위안화 초강세에 변화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위안화에 대한 키맞추기 차원에서의 달러 대비 원화 강세, 어찌보면 지금은 상상도 하지 못하는 꿈을 그려볼 가능성도 열어두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촉발한 글로벌 통화전쟁은 각국의 전략적 선택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베트남과 인도는 저금리-통화약세로 수출을 방어하고, 중국은 위안화 절상으로 미국과 윈-윈하며 금융 중심 경제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베센트가 원하는 그레이트 리밸런싱의 실체가 드러나는 지금, 한국 원화는 엔화 연동에서 벗어나 위안화와의 새로운 관계를 모색해야 할 시점에 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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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naver.me/Fr0d9NL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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