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가격 4000불 돌파 (종이화폐 신뢰, 달러 패권, 실질금리)

 2025년 들어 금 가격이 온스 당 4000불을 돌파하며 가공할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올해 초 2800불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상승폭입니다. 이러한 급등 배경에는 전 세계 선진국들의 국가 부채 문제와 달러 패권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종이 화폐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지금, 실물 자산으로서 금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종이화폐 신뢰성 하락과 선진국 국채 위기

금 가격 급등의 첫 번째 이유는 종이 화폐의 신뢰성 하락입니다. 현재 주요 선진국 국채 시장에는 과거와는 다른 이례적인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기준금리를 낮춰도 장기 금리가 튀어올라가는 역설적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일본의 경우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선출 이후 상황이 심각해졌습니다. 완화적인 재정정책 기조로 인해 일본엔화는 약세를 보이고, 장기채금리는 급등하며, 닛케이지수는 상승하는 복합적 양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을 늦출 것이라는 예상이 장기 기대인플레이션 제어를 어렵게 만들고, 장기 금리의 상승과 재정 지출의 증가가 일본의 국가 부채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우려는 장기 국채에 대한 신뢰에 깊은 상처를 주고 있습니다.

프랑스 상황은 더욱 심각합니다. 마크롱이 새로 선임한 총리가 1개월 만에 물러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2018년 진행된 부자 감세가 자산 가격만 들어올리고 세수는 망가뜨렸으며, 서민층의 삶에는 전혀 개선을 보여주지 못한 상황에서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복지 정책을 줄이자는 정부의 주장은 사회적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은 마크롱 정부의 정책안을 모두 부결시키고 있으며, 프랑스의 재정적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 결과 프랑스 국채 금리는 그리스 및 이탈리아와 맞먹는 수준까지 치솟았습니다. 사회적인 공감을 얻지 못하는 긴축은 진행되기 어렵고, 부채는 많은데 지출을 줄이지는 못하며, 성장도 어려운 악순환 속에서 프랑스의 국가 부채 이슈가 크게 불거지고 있습니다.

미국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연준이 점도표에서 기준금리인하 기조를 드러냈음에도 불구하고 20년과 30년 국채 금리는 쉽게 내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감세로 인한 정부 부채의 증가 우려가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셧다운이 장기화되면 성장이 둔화되면서 정부의 소득이 줄어들어 부채 문제가 커질 수 있고, 셧다운이 해결되더라도 민주당과 복지 지출에 대한 합의를 하면서 이를 해결하면 정부 부채 문제를 키울 수 있습니다. 관세 징수를 통해 재정 적자를 해결할 수 있다는 얘기가 있지만, 이는 트럼프의 대규모 감세로 인해 늘어날 수 있는 재정 적자를 줄인다는 얘기일 뿐 기존부터 이어온 거대한 재정 적자를 줄이기에는 많이 모자랍니다. 트럼프의 관세로 인해 충격을 받은 미국 농가에 대한 지원부터 시작해서 내년 중간 선거를 앞두고 진행될 수 있는 포퓰리즘의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미국의 재정 적자는 보다 악화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것이 맞습니다. 현실적으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자 증세를 외치는 것은 정치적 포퓰리즘일 뿐, 실제로는 상위 10% 밖에 소비 여력이 없어 부자 증세를 하면 경기 위축으로 하층민들이 더 힘들어지는 역설이 발생합니다.

실질금리 하락과 금 투자 매력도 상승

과거 금 가격을 볼 때 가장 중요하게 봤던 지표는 실질 금리입니다. 명목금리가 높더라도 물가 상승세가, 즉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실질 금리는 내려오게 마련입니다. 연준의 금리 인하는 명목 금리를 눌러주고, 이렇게 눌린 명목금리가 인플레이션 기대를 키우면서 실질 금리가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실질 금리를 낮게 유지해야 각국은 실질 부채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이 방법을 선호하게 됩니다. 부채가 많은 국가일수록 실질 금리를 낮추려는 유인이 강하며, 이는 결국 돈을 풀어 인플레이션을 용인하는 방식으로 귀결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실질 금리 하향 추세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믿음이 바로 금 가격을 자극하는 핵심 요인입니다. 실질 금리가 낮아질수록 이자를 생성하지 않는 금의 상대적 매력도가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달러가 강세를 보여도 금 가격에는 큰 영향이 없다는 것입니다. 달러 강세는 종이 화폐 사이에서 달러가 왕이라는 의미일 뿐입니다. 실물 화폐인 금은 그런 종이화폐의 우두머리인 달러를 살포시 눌러주는 그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국이 달러를 계속 찍어내서 스스로의 가치를 낮추고, 그런 달러의 가치를 보전하기 위해 다른 나라의 부를 흡수해오는 구조 속에서도 금은 강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종이 화폐 내에서의 압도적 달러 강세와 종이 화폐 전체의 타락을 반영한 실물 화폐 금의 강세가 동시에 나타나는 이례적 구도가 장기화되고 있습니다.

전세계적인 재정지출 증가로 종이화폐의 신뢰성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돈을 풀면 가난한 사람들이 더 가난해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인간은 부자의 삶을 동경하지 서민의 삶을 동경하지 않습니다. 90년대 미국에서 김밥 도시락을 가져가면 조롱과 멸시의 대상이 된 이유가 바로 가난한 나라 이미지 때문이었습니다. 부자가 적어지면 이런 현상이 더욱 심화됩니다. 이런 맥락에서 실물 자산에 대한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습니다.

달러 패권 약화와 금 수탁 경쟁

금 가격을 자극하는 다른 핵심 요소는 달러 패권에 대한 의구심입니다. 최근 라가르드 ECB 총재가 다시 한 번 달러의 신뢰가 사라진 만큼 유로화가 이에 대비를 해야한다는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부터 시작해서 거의 2~3개월에 한 번씩 이 얘기를 반복하고 있으며, 라가르드 총재 이외 다른 ECB위원들도 이에 가세하는 분위기입니다.

중국 역시 유로존과 함께 달러의 패권을 흔들자면서 위안화 국제화의 포문을 열어젖히고 있습니다. 지난 해부터 최근까지 진행된 중국의 금융 시장 개방 속도는 매우 빨라지고 있습니다. 통화는 많은 사람들이 쓰게 되면 그 가치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 전체의 문은 서서히 열고 있지만 홍콩을 통한 금융 시장의 개방 속도는 더욱 빨라지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상하이 금 거래소에서 전세계 금의 수탁 업무를 맡겠다고 나선 점입니다. 현재 영국이 전세계 금 수탁 업무를 상당 수준 수행하고 있는데, 중국은 이 지위를 어느 정도 빼앗아오겠다는 전략입니다. 동남아 국가들에 타진해서 중국에 보유하고 있는 금을 맡길 의향이 있는지를 물어보고 있다고 합니다.

러-우 전쟁 상황을 보면 이러한 움직임의 의미가 더욱 명확해집니다. 러시아의 외환보유 자산은 대부분 미국과 유로존에 압류가 된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러시아는 이들 국가에 금이라던지 외화 자산을 맡길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중국에 맡기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블록화되고 있는 세상에서, 편이 갈려지고 있는 전세계 블록화의 질서 속에서 중국이 금을 일정 수준 보유하게 되는 효과가 생깁니다.

외환 보유고 내의 금을 중국에 보관한다면 중국과의 블록이 형성된 만큼 이들 국가들은 향후에도 금을 더욱 많이 맡길 수 있습니다. 조금 더 나아가면 향후 외환보유고를 달러보다는 금으로 쌓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중국에 달러 자산을 수탁하기는 쉽지 않고, 위안화 자산은 현재 금융 시장 개방이 완전하지 않아 별다른 상품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는 블록화된 국가들의 금 수요 증가와도 맞물리게 됩니다. 달러 패권 유지에서 들려오는 노이즈가 금 가격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금 보유량 1위가 미국이라는 사실입니다. 만약 금이 달러 패권을 위협한다면 미국이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 궁금한 대목입니다. 계약 관계에 의해서, 선택의 자율성에 의해서, 본인의 선택으로 인해서 빈부 격차가 벌어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누구보다 성실하게 살아도 가난한 이유가 바로 선택의 문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실물화폐와 각 국가들이 돈을 쏟아붓고 있는 산업에 투자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입니다.

금 가격 4000불 돌파는 단순한 가격 상승이 아니라 글로벌 금융 질서의 재편을 의미합니다. 종이화폐에 대한 신뢰 하락과 달러 패권의 약화, 실질금리 하락이라는 삼중 요인이 작용하며 금의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선택을 잘 한 부자를 시기 질투할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금융 환경 속에서 현명한 자산 배분 전략을 수립해야 할 시점입니다.

---

[출처]

(25년10월08일)온스 당 4000불을 돌파한 금 가격, 그 이유는?: https://naver.me/GwfKxdxE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우리집 머니스토리 여섯 번째 에피소드

우리집 머니스토리 세 번째 이야기

우리집 머니스토리 재테크 방법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