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워시 연준 의장 (매파 비둘기 논쟁, 금리 인하 전망, 생산성 혁명)

 2025년 2월, 트럼프 대통령은 케빈 워시를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했습니다. 5월 15일 파월 의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금융시장은 새로운 통화정책 방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과거 매파로 알려진 워시의 지명이 향후 금리 인하 속도와 방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그의 배경에 숨겨진 정치경제적 맥락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 케빈 워시는 매파인가 비둘기인가


케빈 워시의 통화정책 성향을 둘러싼 논쟁은 그의 과거 이력에서 시작됩니다. 2004년부터 시장을 지켜본 투자자들은 워시를 매파로 기억합니다.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연준 이사로 재직하던 시절, 그는 금융위기 한복판에서도 과도한 금리 인하에 제동을 걸고자 했습니다. 특히 2009년 말에서 2010년 초, 금융위기 상황이 해소되기 시작하자 조기 금리 인상을 주장하면서 시장을 놀라게 했습니다. 실제 기준금리 인상은 2015년 12월에야 이루어졌지만, 당시 워시의 발언은 매파적 성향을 분명히 드러낸 것이었습니다.


더욱 주목할 점은 버냉키 의장의 양적완화 정책에 대한 그의 반대 입장입니다. 파월 의장 역시 당시 양적완화에 우회적으로 반대했으며, 캔자스시티 연은의 호니그는 정면으로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과거 행적만 보면 워시는 명백한 매파입니다. 그러나 최근 2년여 동안 그의 스탠스는 확연히 변화했습니다.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는 연준을 비판했고, 트럼프의 입장에 맞춰 금리 인하에 적극 찬성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이것이 연준 의장 자리를 얻기 위한 페이크일까요? 그렇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연준 인사들의 역사를 살펴보면 스탠스 변화는 낯선 일이 아닙니다. 과거 매파의 왕으로 불렸던 불라드 총재는 2015년에는 비둘기 중의 비둘기였습니다. 지금 매파로 악명 높은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과거 슈퍼 비둘기였지만, 현재는 연준 내 TOP 3 매파로 변신했습니다. 최근 금리 인하 반대표를 던진 월러 이사는 2022년 매파로 인식되었고, 보우먼 총재 역시 매파에서 비둘기로 보이는 사람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처럼 연준 인사들의 성향은 경제 상황과 시대적 배경에 따라 계속 변화해왔습니다.


## 금리 인하 전망과 베센트의 교훈


케빈 워시 지명 이후 시장의 금리 인하 전망은 다소 완화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연내 2차례 인하를 기본으로 해서 내년까지 3.0~3.25%에 기준금리가 머무를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연내 2차례 인하 이후 내년에는 금리 인상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이제는 내년 인상 전환 기대가 낮아졌다는 것입니다. 6월 FOMC부터 워시가 주관하게 되면 금리 인하의 시동을 걸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기서 베센트 재무장관의 사례는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베센트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 옐런 재무장관이 장기채 발행을 줄이고 단기채를 늘려 재정 적자를 커버하려는 노력을 맹비난했습니다. 단기채 발행 증가 자체가 재정 불안을 키운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공화당은 재무부가 단기 금융 비용을 낮추고 대통령선거 기간을 앞두고 인위적으로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단기 국채를 남발했다고 비판했고, 베센트도 옐런 장관을 향해 단기 국채 문제로 날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베센트가 재무장관이 된 이후에는 되려 단기채 발행을 더욱 늘리고 있습니다. 처음 베센트가 임명되었을 때 많은 이들이 그가 단기채 발행을 비판했으니 단기채 발행이 늘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전개되었습니다. 또한 베센트는 지난해 3~4월 시장이 크게 흔들릴 때 "미국 경제는 정부 지출 의존 탈피를 위한 디톡스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풋이 없다며 재정 중독된 미국 경제의 디톡스를 강조했고, 아메리칸 드림은 중국에서 값싼 물건을 사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집을 마련하고 자녀들이 자신보다 더 잘사는 것을 보는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시장 하락을 건전한 조정으로 보는 청산주의자처럼 인식되었던 그가, 지금은 타코의 화신이 되어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베센트도 바뀌는데, 케빈 워시도 바뀔 수 있지 않을까요?


## 생산성 혁명 시대의 통화정책


케빈 워시가 양적긴축을 다시 시작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장기 국채 금리를 끌어내리기 위해서는 되려 긴축이 필요하다는 논리입니다. 이는 2010~11년 미국과 유로존에서 각각 실험했던 케이스입니다. 장기 국채 금리를 낮게 유지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양적완화를 통해 장기 국채를 매입해 국채 금리를 눌러버리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기준금리를 조기에 인상해 기대 인플레이션의 싹을 사전에 잘라버리고 인플레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확신을 심어주어 장기 금리를 자연스럽게 낮게 유지하는 방법입니다.


미국의 버냉키 의장은 전자를 택해 2010년 11월 3일 2차 QE에 돌입했고, 유로존의 트리셰 ECB총재는 그리스 위기의 전운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도 조기에 기대인플레이션을 제압해 장기 금리를 낮춰 경기 부양 효과를 높이겠다는 시각으로 2011년 금리 인상에 돌입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당시 유로존과 미국의 경제 규모 차이와 지금의 유로존과 미국의 경제적 위상 차이를 비교하면 답이 나옵니다. 유로존은 기대 인플레이션을 발본색원하기 위해 조기 금리 인상 등 긴축에 긴축을 거듭하다가 2차, 3차 유럽재정위기와 그렉시트 이벤트까지 겪었습니다. 결국 다음 ECB총재인 드라기가 유로 바쥬카포를 쏘며 2015년 12월 전격 양적완화에 돌입한 후에야 회복의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당시 엔 강세로 신음하던 일본은 아베노믹스 하에 미국을 넘어서는 돈 풀기로 잃어버린 30년에서 벗어났고, 미국은 강한 경제를 이어가고 있는 반면 유로존 경제는 상대적으로 침체되어 있습니다.


케빈 워시는 2010~11년 2차 양적완화를 단행할 때 이에 반대했던 인물로, 되려 트리셰와 비슷한 라인에 서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의 미래를 생생히 알고 있는 그가 혼자서 기대인플레를 잡으려고 긴축을 하게 될까요? 금리 인하를 생각보다 덜할 것이라는 전망은 많지만, 다시 양적긴축을 할 것이라는 기대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워시는 지난해 몇 차례 인터뷰에서 중요한 단서를 언급했습니다. 지금은 생산성 혁명의 시대이기 때문에 연준이 과거의 도그마에 사로잡혀있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성장이 나온다고 무조건 물가가 오르는 것이 아니라, 90년대처럼 생산성 개선이 뒷받침되고 있기에 강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안정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90년대 연준 의장이던 그린스펀이 이를 정확하게 간파했음을 밝히고 있으며, 트럼프 역시 그린스펀과 같은 인물이 연준 의장이 될 것이라고 지난달 다보스 포럼에서 언급했습니다.


AI혁명을 믿는다면, 생산성 개선을 믿는다면, 미국 경제 성장이 강하다고 물가가 올라올 것이라 지레 겁먹고 금리 인하에서 발을 빼는 것보다는 세상이 바뀌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이 비슷한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트럼프, 베센트, 캐빈 해싯, 그리고 케빈 워시입니다. 연준 이사로 재직했던 2006~11년에는 생산성 혁명과 거리가 먼 시대였고, 생산성 개선으로 물가 걱정이 없다는 단서를 찾기 어려웠기에 금리 인하를 말하기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워시 체제 하에서도 시장이 기대하는 것보다는 늦게, 시장이 원하는 것보다는 적게 금리 인하가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트럼프와 재정 협력을 위해 어떻게든 금리를 낮추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케빈 워시 지명의 배경에는 흥미로운 인맥 관계도 존재합니다. 워시는 에스티로더 집안 사위이며 베센트의 스승과 동업하는 관계입니다. 에스티로더 회장은 트럼프의 50년 지기 절친이고, 그린란드 물 관련 사업을 독점하고 있는데 희토류 개발을 위해서는 물이 필수적입니다. 이러한 관계망을 보면 지명 사유가 어느 정도 짐작됩니다. 결국 금리 인하가 아닌 내년 금리 인상으로 다시 올라갈 것인지, 파월과는 다른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됩니다. 다만 물가 불안이 남아있는 상황에서는 누가 의장이 되더라도 과감한 금리 인하는 어렵습니다. 금리 인하 시 물가 불안이 더욱 커지면서 장기 금리를 위로 밀어올리고, 그로 인한 재정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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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26년02월01일)케빈 워시 임명에 대한 단상: https://naver.me/GiaF6v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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