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외환시장의 지각변동 (유로존 딜레마, 엔화 강세 전환, 통화정책 균열)
2025년 초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예사롭지 않은 신호들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달러 인덱스 약세와 유로화 강세, 그리고 최근 급반전한 엔화 흐름은 단순한 시장 변동이 아닌 국가 간 통화정책 공조의 근본적 균열을 암시합니다. 특히 2018년 다보스 포럼 이후 처음으로 나타나는 이러한 통화 갈등 양상은 주식시장을 포함한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곡점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유로존이 직면한 삼중 딜레마: 물가안정과 성장의 교환
외환 시장에서의 변화가 심상치 않습니다. 지난 해 초부터 시작된 흐름을 살펴보면, 달러 인덱스는 약세를 보였는데 원화와 엔화는 약세를 보이는 구도가 형성되었습니다. 유로화는 달러보다 강하고 달러는 엔과 원화보다 강한 이 복잡한 구도 속에서, 결국 유로화는 달러를 포함한 주요 메이져 통화 대비로 강세를 유지해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무역 전쟁 때문에 관세로 힘든데다가 유로도 강세라면 유로존 수출은 너무 힘들지 않을까요. 실제로 유로 강세는 유로존 수출 경쟁력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대신에 유로 강세는 유로존 내 인플레이션 안정에는 큰 도움을 줬을 겁니다. 실제 유로존 소비자물가지수는 2%에 수렴했죠. 이 점은 여전히 5년여 동안 2%로 돌아오지 못하는 미국에게 경종을 울리는 포인트일 겁니다.
물가 안정을 얻으면서 유로 강세로 수출을 희생한 셈이 되는 이 구도는 유로존 경제의 근본적인 취약성을 드러냅니다. 수출 성장이 둔화되면 그 자리를 무언가의 성장으로 메워줘야 할 겁니다. 민간 내수 성장이 어려운 유로존의 경우 이걸 독일이나 프랑스의 대규모 재정 지출로 메우는 모습이죠. 그런데 재정 지출이 늘어나게 되면 해당 국가들의 부채 부담이 커지는 것 아닐까요. 결국 유로존은 수출과 재정을 희생하면서 물가 안정을 받아들인 셈입니다.
작년 한해 달러투자를 경험한 투자자들은 환율과 주식이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체감했을 것입니다. 표면적으로는 물가안정이라는 성과를 거뒀지만, 그 이면에는 수출경쟁력 약화와 재정부담 증가라는 대가가 숨어있는 유로존의 현실은 통화정책이 얼마나 복잡한 트레이드오프 관계 속에 놓여있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ECB의 경고와 통화정책 공조의 균열 조짐
지난 주 ECB통화정책 회의에서 나온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의 발언은 매우 의미심장합니다. 라가르드 총재는 "중기적으로 유로존 인플레이션은 목표치인 2% 수준에서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다만 유로화 강세가 지속될 경우 물가상승률이 예상치를 벗어나 크게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물가는 안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라가르드 총재의 걱정은 유로 강세가 지금처럼 이어지면 되려 물가가 2% 언더로 내려가면서 디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죠.
과도한 유로 강세는 수출을 힘겹게 하는데 디플레 압력까지 높아지면 물가가 내릴 것이라는 기대를 강화하면서 사람들의 소비를 늦추는 요인이 됩니다. 그럼 유로존 내수도 약해지죠. 성장이 무너지는 겁니다. 성장이 어려운데 거기서 부채가 많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집니다.
더욱 주목할 부분은 라가르드 총재의 다음 발언입니다. "종합적으로 관찰한 결과에 따르면 달러화는 유로화 대비 눈에 띄게 약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최근 며칠간의 현상이 아니라 지난해 3월 이후 계속되는 현상"이라는 것입니다. 돌려 말하면 유로존은 1년 동안 달러 약세와 유로 강세를 용인해왔음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셈입니다. 그럼 미국의 무역 적자 해소에는 도움을 줬겠죠. 달러가 약해서가 아니라 유로가 강해서 유로 강세가 나타난 셈이고, 이는 트럼프가 바라는 "weaker dollar"와 만나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해 다보스 포럼에서 트럼프는 유로존을 압박하면서 그린란드를 내놓으라고 했죠. 그리고 라가르드도 참석한 연설에서 2차 대전 때 미국이 없었다면 이 곳 유로존 정상들은 지금 독일어나 일본어를 썼을 것이라는 막말을 시전한 바 있습니다. 트럼프는 말로는 강달러를 원하지만 시장의 흐름은 반대로 갔으면 하는 그의 암묵적 지시대로 흘러가는 듯한 모습을 보였던 것이 작년 한 해의 특징이었습니다. 그러나 캐나다를 중심으로 유로존 역시 동맹의 가치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고, 이후 열린 ECB 통화정책 회의에서 이러한 경고가 나온 것입니다.
2018년 1월의 기억이 되살아납니다. 당시에도 다보스 포럼이 있었고 트럼프가 참석했었죠. 이번 다보스 포럼에 트럼프는 8년만에 참석했는데, 바로 18년 1월 이후 처음 참석한 겁니다. 당시에는 므누신 재무장관이 달러 약세는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식의 코멘트를 했다가 유로존 위정자들에게 십자포화를 받았죠. 당시 드라기 총재도 므누신을 맹비난하는 등 암묵적 국제 공조에 균열이 가는 소리가 들렸더랍니다. 그래서 므누신 발언 다음 날 바로 트럼프는 미국은 강달러를 원한다고 말하면서 수습에 나섰던 바 있죠. 그렇지만 2017년 내내 강세를 보였던 유로화는 이후 약세로 돌아섰구요, 다보스 포럼을 전후해서 달러 인덱스는 바닥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지금을 그 때와 동일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외환 시장에서의 암묵적 공조에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엔화 강세 전환과 일본의 선택: 다카이치 내각의 딜레마
최근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엔화의 예상 밖 강세 전환입니다. 다카이치의 총선 압승 이후 시장은 조금 당혹스러워하고 있죠. 엔화 약세를 예상했었는데요, 여자 아베의 본성이 살아나리라 생각했는데 되려 엔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 금리도 빠르게 낮아지고 있죠.
미국의 소매 판매 둔화 소식이 미국의 시장 금리를 잡아내렸구요, 미국 시장 금리 하락의 영향은 엔 강세와 달러 약세를 자극했죠. 그리고 엔화가 강세 전환하면서 일본은 엔 약세를 막기 위한 추가 금리 인상이 시급하다는 인식을 불식시킬 수 있었죠. 조속한 추가 금리 인상의 기대가 약해지면서 일본의 국채 금리도 일제히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흐름이 얼마나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의미있는 변화가 아닐까 생각해보게 하네요.
이 구도를 정리하면 다카이치 내각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겁니다. 엔 약세와 고금리 조합, 혹은 엔 강세와 저금리 조합입니다. 부채가 많은 일본인데요, 그런 상황에서 고금리는 부담이죠. 그런데 수출을 위해서는 엔 약세가 좋습니다. 수출이냐 부채 부담이냐, 이 사이에서 엔 강약세가 갈리는 건데요, 어느 쪽을 택하게 될까요.
적어도 미국은 추가적인 엔 약세에 대해서는 상당히 부정적인 듯 합니다. 만약 유로 약세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엔 약세가 함께 나타난다면 달러 강세 부담은 더 크지 않을까요. 지난 6개월 동안 달러는 강했나요 약했나요. 당연히 강하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유로 대비로는 1년 동안 약했더랍니다. 원화와 엔화 대비로는 달러가 강했죠. 이처럼 어느 통화 입장에서 보는지에 따라 달러 강약세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작년만해도 인플레이션보다 디플레이션을 걱정했던 한해였는데, 이제 인플레이션은 정상흐름으로 가게 되는걸까요. 앞으로를 예측하기보다는 과거 역사의 흐름을 되짚어보는 것이 더 현명한 접근일 수 있습니다. 특히 2018년 2월 이후의 글로벌 주식 시장 흐름을 보면, 1년 이상 이어져왔던 달러 약세 통화 정책 공조에 어떤 균열이 생기는지 면밀히 관찰해야 할 시점입니다.
외환 시장에서의 변화는 더 이상 환율 그 자체의 문제가 아닙니다. 유로존의 물가안정 성과 이면에 숨겨진 수출경쟁력 약화와 재정부담, ECB의 공개적 경고를 통해 드러난 통화정책 공조의 균열, 그리고 일본의 선택을 강요받는 엔화 흐름까지, 이 모든 요소들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근본적 재편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환율과 주식이 무관하다는 생각은 이제 낡은 통념에 불과하며, 외환시장의 지각변동을 주시하는 것이야말로 2025년 투자전략의 핵심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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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naver.me/x9V8GWR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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