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장기금리 인하 전략 (스테이블코인, 국부펀드, 관세정책)

저는 금주 FOMC를 앞두고 시장이 보이는 반응을 보면서 솔직히 조금 의아했습니다. 미시건대 발표에서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가 올라오는 게 확인됐는데도 시장은 물가보다는 고용에만 집중하더군요. 연준이 물가를 일시적이라고 못박은 뒤로, 투자자들은 금리 인하만 프라이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이런 관대한 무시(benign neglect)는 생각보다 빠르게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베센트 재무장관이 미국 10년 국채 금리 인하에 포커스를 맞추겠다고 선언한 만큼, 그 구체적인 방법론을 하나씩 짚어보려 합니다.

공급 확대를 통한 인플레이션 억제

미국 정부는 물가를 잡기 위해 전통적인 수요 억제책 대신 공급 확대 전략을 택했습니다. 긴축 재정이나 금리 인상으로 경기를 식히면 성장이 둔화되는데, 이건 트럼프가 원하는 그림이 아니죠. 그래서 나온 게 에너지 생산 증대입니다. 현재 WTI 유가가 60달러대로 떨어진 걸 보면 트럼프 행정부의 의지가 확실히 읽힙니다.

에너지 기업들 입장에서는 공급이 늘면 가격이 떨어져 마진이 줄어드는 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트럼프는 관세 협상을 통해 유로존에서 7500억 달러, 한국에서 1000억 달러 규모의 에너지 구매 계약을 따냈다고 밝혔죠. 가격 마진이 줄어도 판매 수량을 극적으로 늘려서 보상하겠다는 겁니다. 쉽게 말해 개당 이익은 줄지만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늘면 전체 수익은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에너지 외 다른 재화는 어떻게 할까요? 관세를 낮게 부과한 국가에서 수입하면 상대적으로 물가 압력이 덜합니다. 모든 국가에 단일 관세를 매기는 게 아니라 차등 관세를 활용하는 거죠. 물가가 안정되면 금리 인하의 여지가 커지고, 이는 자연스럽게 장기 국채 금리 하향 안정으로 이어집니다.

스테이블코인과 국채 수급 조절

저는 연초 SLR 규제 완화 소식을 들었을 때 국채 금리 인하에 직접적인 효과가 있을 거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2020년 방식과 달리 진행되면서 은행들이 국채보다는 마진 높은 대출 쪽으로 방향을 틀더군요. 실제로 큰 효과는 못 봤습니다. 그보다 훨씬 직접적인 건 스테이블코인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은 발행할 때마다 그에 상응하는 미국 초단기 국채를 담보로 잡습니다. 현재 약 2500억 달러 규모인 스테이블코인을 베센트 재무장관은 2.5조 달러까지 늘리겠다고 했죠. 이게 현실화되면 초단기 국채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납니다. 여기서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장기 국채 금리를 낮춰야 하는데 왜 단기 국채 얘기만 하냐고요.

베센트의 전략은 이렇습니다. 단기 국채 발행을 대폭 늘리고, 장기 국채 발행은 줄입니다. 단기 국채 공급이 늘면 단기 금리가 올라갈 텐데, 스테이블코인 수요가 이를 흡수해주는 거죠. 반대로 장기 국채는 공급이 줄어들면서 희소성이 생기고, 금리 하락 압력을 받게 됩니다. 국채 만기 구조(maturity structure)를 조정해서 금리 곡선을 원하는 방향으로 비트는 전략입니다.

관세와 투자로 세수 확보

재정 적자를 줄이려면 세수를 늘려야 합니다. 미국은 자국 내에서는 감세를 통해 성장을 키우고, 해외에서는 관세로 증세하는 이중 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베센트는 올해 관세 수입만 3000억 달러를 넘길 수 있다고 자신했고, 향후 5000억 달러, 1조 달러까지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감세로 생긴 구멍을 관세로 메우겠다는 겁니다.

엔비디아의 대중 수출 규제를 풀어주면서 H20 칩 수출 수익의 15%를 미국 정부가 가져가기로 했습니다. 이게 대표적인 수출세인데, 앞으로 다른 기업들에도 확대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죠. 크게 벌려면 투자가 필요합니다.

트럼프는 2월에 ERS(Electronic Reporting System)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해외로부터 들어오는 세금을 징수하고, 여기서 발생한 수익금을 국부펀드로 운용하겠다는 겁니다. 보통 국부펀드는 무역 흑자국이 외화로 투자하는 건데, 미국은 무역 적자국이죠. 하지만 트럼프는 관세 정책으로 무역 적자를 줄이고, 유럽에서 6000억 달러, 일본에서 5500억 달러 투자 유치를 받아 국부펀드를 굴리겠다고 합니다(출처: 미국 재무부).

제가 주목한 건 인텔이나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지분 인수, 패니메와 프레디맥 민영화 및 상장 계획입니다. 이들 기업 지분을 팔아 차익을 남기려면 주택 경기 활성화가 필요하고, 그러려면 금리 인하가 필수입니다. 실제로 패니메 주가는 장외시장에서 1년간 11.5배 올랐죠. 투자로 돈을 벌어 부채를 줄이겠다는 발상, 신박하면서도 리스크가 큽니다.

일본 압박과 연준의 역할

일본의 장기 금리 상승이 미국 장기 금리에도 상승 압력으로 작용합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일본에 조기 금리 인상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단기 금리를 올려 인플레이션 기대를 낮추면 장기 금리가 안정되고, 이게 미국에도 도움이 된다는 논리죠. 글로벌 금리 연동성(interest rate linkage)을 활용한 전략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연준입니다. 단발성 금리 인하가 아니라 향후 이어질 연속 인하에 대한 기대가 형성돼야 장기 금리가 영향을 받습니다. 현재 시장은 내년까지 150bp(1.5%포인트) 금리 인하를 프라이싱하고 있고, 이런 기대감 덕분에 미국 10년, 20년, 30년 금리가 최근 강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베이시스 포인트(basis point, bp)란 금리 변동을 나타내는 단위로 0.01%를 의미합니다. 150bp는 1.5% 인하를 뜻하죠.

트럼프 행정부의 장기금리 인하 전략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에너지 공급 확대로 물가 안정
  2. 스테이블코인으로 단기 국채 수요 확대, 장기 국채 발행 축소
  3. 관세와 수출세로 세수 확보, 국부펀드 조성
  4. 일본 조기 금리 인상 압박
  5. 연준의 연속 금리 인하 기대 형성

솔직히 이 모든 계획을 보면서 저는 "정말 다 생각해뒀구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불안했던 게, 이 모든 전략의 전제는 "물가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만약 인플레이션이 뚜렷하게 올라온다면 대부분 시행이 어려워집니다. 금리 인하에 따른 물가 민감도가 지금처럼 높은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죠. 노동 공급이 제한된 상태에서 금리를 내리면 노동 수요가 늘어 실업률은 내려가지만 임금 인상 압력이 커지고, 달러 약세로 수입 물가도 오릅니다. 제 경험상 이런 구조에서는 작은 충격도 빠르게 증폭될 수 있습니다.

연준은 시장 기대보다 더 늦게, 더 적게, 데이터 의존적으로 금리 인하를 할 겁니다. 다만 미국 GDP 성장률이 3%를 상회하고 있고(유럽은 1%대), 금리 인상 기조나 경기 침체가 아니라면 지수 하락은 일시적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금리 인하 솔루션은 정교하지만, 물가라는 변수 하나가 모든 걸 뒤집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 물가와 GDP 데이터를 정말 꼼꼼히 봐야 할 시점입니다.

--- 참고: https://naver.me/5kP8eAJi 미국국채금리, 베센트재무장관, 스테이블코인, 트럼프관세정책, 금리인하전략, 국부펀드, FO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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