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과 유가 (TACO, 트리플약세, 호르무즈해협)
휴일 아침에 일어나 핸드폰을 켰는데 뉴스 알림이 폭주하고 있었습니다.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을 상대로 본격적인 보복에 나섰다는 소식이었죠. 제 주식 계좌를 열어보니 역시나 파란불이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그나마 우리는 휴일이어서 방어막이 있었다고 해야 할까요. 솔직히 이 정도면 양호한 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워낙 지금 코스피가 고점 부근이었기 때문에 충격이 분산된 측면도 있어 보입니다.
TACO를 겨냥한 이란의 전략
전날부터 새벽까지 시장은 한 가지 질문에 매달려 있었습니다. "이번 전쟁도 단기전으로 끝날까?" 코스피와 코스닥은 장 초반 제한적인 충격만 받는 듯했지만,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의 코멘트에서 장기전 가능성이 언급되자 급락했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주가만 떨어진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환율은 급등했고, 국채 금리까지 동반 상승하면서 이른바 '트리플 약세(Triple Whammy)'가 현실화됐습니다. 트리플 약세란 주식·채권·통화가 동시에 약세를 보이는 현상으로, 시장 전체의 신뢰가 흔들릴 때 나타나는 위험 신호입니다. 뉴욕 증시 역시 유가에 정확히 연동되는 모습을 보였죠. 유가가 오르면 주가가 하락하고, 금리도 뛰고, 달러도 강세를 보이는 패턴이 반복됐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이나 유럽이 과거 관세 분쟁 때 사용했던 방법을 이란도 알고 있다는 겁니다. 바로 TACO, 즉 트럼프의 급소인 금융시장을 흔드는 전략입니다. TACO는 'Trump Asset Class Overreaction'의 약자로, 트럼프가 주가 하락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이용한 전략을 뜻합니다. 실제로 이란은 국제유가를 배럴당 200달러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건 단순한 협박이 아니라 계산된 압박입니다.
트리플 약세와 호르무즈 해협의 위력
유가 상승이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훨씬 광범위합니다. 우선 물가를 끌어올려 올해 11월 중간선거에서 트럼프를 궁지로 몰아넣을 수 있습니다. 물가가 오르면 연준의 금리 인하는 어려워지고, 금리가 높아지면 재정 적자 부담이 커지면서 트럼프가 약속했던 관세 배당 2000달러 지급도 난관에 부딪힐 수 있죠.
제 경험상 금리 상승은 단순히 숫자가 오르는 게 아닙니다. 가계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고, 소비 심리가 위축되며, 결국 경기 전반에 찬물을 끼얹는 악순환으로 이어집니다. 특히 주가 하락은 그 자체로 끝나지 않습니다. 주가 상승에 힘입어 이어졌던 소비 호황이 꺾이고, 데이터센터 같은 대규모 투자 계획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습니다.
이란 입장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을 활용한 유가 조작이 가장 강력한 보복 카드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 수송량의 약 21%가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이곳이 막히면 국제 유가는 순식간에 폭등합니다(출처: 미국 에너지정보청). 결국 투자, 소비, 물가, 금리 전반에 걸쳐 동시다발적인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셈이죠.
- 물가 상승으로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압박
- 금리 인하 지연으로 재정 부담 증가
- 주가 하락으로 소비 위축 및 투자 축소
- 관세 배당 공약 이행 난항
중간선거 변수와 전쟁의 향방
2023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2024년 이스라엘-이란 충돌은 모두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났습니다. 단기전으로 마무리되면서 유가는 일시적으로 튀었다가 금방 제자리를 찾았죠. 저도 당시엔 '이번에도 그러겠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달랐습니다. 2022년 5월 전승절이면 끝날 거라던 전쟁이 4년째 진흙탕 속에서 이어지고 있으니까요.
이번 전쟁도 길게 가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트럼프가 한 달 안에 종결하겠다고 했으니까요. 하지만 트럼프의 행보는 정말 로또보다 맞추기 어렵습니다.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은 기상천외해서 예측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죠. 제 생각에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으니 최소한의 성과를 챙긴 뒤 최대한 빨리 마무리하려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실제로 미국 내에서도 이번 전쟁에 찬성하는 비율은 27%에 불과합니다. 국내 여론이 이렇게 냉랭한데 전쟁을 질질 끌 이유가 없습니다. 다만 변수는 이란이 얼마나 끈질기게 유가 카드를 휘두르느냐입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 석유 시설 공격 등 이란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여전히 많습니다.
지금은 유가 흐름과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의 발언에 집중해야 할 시점입니다. 주가-금리-환율이 어떻게 연동되는지를 계속 지켜보면서, 단기전 시나리오와 장기전 시나리오 양쪽에 대비해야 합니다. 제 주식 차트에도 파란불이 반짝이는 지금, 저는 일단 신중하게 관망하며 유가 추이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유가가 치솟으면 우리 가정 난방비와 기름값도 한동안 불날 것 같아 걱정입니다.
--- 참고: https://naver.me/5PWuJqek 이란전쟁, 유가상승, TACO, 트리플약세, 호르무즈해협, 중간선거, 국제유가.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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